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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배
220711
웃통의 둘레와 거죽의 성분이 정교하고
징 꽹과리들 죄 몰려와
천둥인 척 한창인 가운데
큰 일이다
검은 물 건너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것이
깨진 조개처럼 풍악이 따가워도
벼락을 꾹 문 입은 곧
곧게 뻗은 선
부단히 먹고 먹이는 일
까슬한 껍질 속엔
수면과 대결하는 시선이 있다
번뜩이는 오징어 배에 홀려
뭍과 물을 휘적이는 발은
한 마리 오징어이기도
한 명의 어부이기도 하다
수평선을 큰 버거처럼 꾹 베어 문다
입안으로 말아넣은 입술 아래
더글더글 끓는 꼴뚜기 떼
고통과 행복을 가닥 가닥 솎는다
멈춘 숨
피어나는 벼락을 낚으려는 양
촘촘히 그물을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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