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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물렁뼈) -240719창작/관찰 (수필) 2024. 7. 20. 01:24
명상 중에는 신체 부위를 하나씩 관찰하는 종류가 있는데 초심자가 제법 따라하기 쉬운 과정이다. 이 과정이 새롭고 즐거웠던 나는 이처럼 신체 부위를 하나씩 톺아 보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었다. 각 글은 1) 떠오르는 감정들은 앙금을 앉히고 2) 실처럼 이어지는 질문들은 사실을 대고 기워 입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면 입을 만한 옷 한 벌 같은 책 한 권이 되지 않겠느냐며. 시를 쓰기엔 내 문장 들은 이미 와본 여행지 같았기에, 나는 유익함을 앞세워 내밀한 거리를 두고 걷는 여정을 상상하고 싶었다. 나름 야금야금 발부터 어깨까지 올라왔는데, 머리를 앞두고 이러한 타래 들이 이어지지 않은게 딱 1년 전 부터다. 작년에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글을 쓰고 난 뒤 한달 뒤 쯤인 2023년 7월, 벤트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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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에 침을 뱉는 일. 231218창작/관찰 (수필) 2023. 12. 18. 23:52
겨울이 왔고 감기를 앓은지 열흘이 조금 안됐다. 코를 훌쩍이면서 올해를 마무리 해서 보내는데, 어영부영 닥친 일들만 간신히 넘겨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의무와 열망이 서로를 닮아가며, 의무는 다하고 싶어졌고 열망은 점점 숙제처럼 변해갔다. 열심히 헤엄쳤다고 생각했는데 어디가 수면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래가 새겨진 문진을 사서 책에 괴어 놓고 포스트잇을 다닥다닥 붙였다. 꼭 티벳 고원의 오색 룽타(風馬, 오방색으로 이뤄진 깃발)처럼 펄럭이는 그것들을 태계일주의 기안이 된 것 마냥 방바닥을 긁으며 멀뚱히 바라본다. 올해 안에는 그간 쓴 글들을 묶어서 소규모로라도 펴 내겠다고 다짐했지만, 생각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는 것은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신체 기관에 관한 수필들인데 마지막으로는 뇌에 대해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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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230609창작/관찰 (수필) 2023. 6. 9. 21:30
문신230609 직장생활을 하며 깨달은 것은, "나의 사생활 속에서 사람을 새로이 깊게 알게 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선이 분명하다기 보다는, "다 함께 성장해가던 미숙한 단체생활이 더이상 없으리라"는 점이 차이점이었을까. 와류에 휩쓸리며 밥알같이 익어가던 뜨거운 증기의 시대는 갔다. 각자의 삶은 중요했고 예절은 분명했고 사람들은 그 간격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나 역시도 종종 그랬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이 있으면 만나지 않으면 된다. 애초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굳어진 각자의 동선을 구부려 교차로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프로토콜은 대개 안전했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보는 데 있어 '확률'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회적 고정관념에도 큰 문신을 한 사람들은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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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대화의 조건창작/관찰 (수필) 2023. 6. 5. 11:04
1. 궁극적이고 큰 영역의 범주에서는 목표 또는 이데아가 같을 것 (공공선, 화합, 번영 등) 2. 당장의 형태외에도 본래의 모습 및 분산도 모두 고려할 것 (이것이 전부인가? 또는 지금 나의 발언이 나의 본래 모습을 충분히 반영하는가?) 3. 대화에 필요한 에너지(감정, 시간, 인력, 비용, 전문성 등)를 충분히 감안하고 계획한 뒤 그것이 가용할 것 4. 대화의 구성에 사실성(사실인가) 연관성(관련이 있는가) 충분성(그게 전부인가) 이 갖춰져 있을 것, 참고 ) 같이 갈까요? 평소와 지금은 어떤가요? 지금 시간 가능하세요? 정말로 그런지 알아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