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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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3-스무살의 연못창작/소설 2022. 7. 29. 03:02
아침이었다. 반 정도 걸쳐있는 창문으로 절반정도의 햇볕이 들어온다. “어후 씨… 어떻게 들어온거지..” 연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핀다. 치킨집에서 싸 온 1L 짜리 페트병이 엎어져있다. 탄산이 날아간 맥주의 가장자리는 끈적한 잉크처럼 눌러 붙어있다. (맞다.. 치킨집에 갔었지…) 동아리 뒷풀이는 언제나 신촌의 유명한 명소 크리스터 치킨이었다. 일년 더 나이를 먹은 선배들은 학교생활과 음악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 '2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중간고사 기간이 오기 전이야 말로 달려야 할 때다.' 라는 것도 선배들의 생각이었다. “휴학은 무슨 휴학이야 이 새끼야~ 시간이 약이야 그냥 학교 다니다 보면 다 잊혀져. 또 여자친구도 생기면 기억도 안난다 너?” 가장 의지하고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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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2-'선한 고양이는 없다'창작/소설 2022. 6. 22. 14:35
영화 을 보고 희한한 일이었다. 학교가 끝난 뒤 철수는 아파트 단지의 낡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다. 6교시가 끝난 뒤 오후 세시가 될 무렵이면 친구들은 다 학원에 간다. 그곳에서 조용히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는 힘든 사람이야' 철수는 언제나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바로 말해본 적이 없다. 재작년 여름쯤 이었다. "그 아이스크림은 너무 비쌌어요. 무려 700원이에요" 철수가 그의 외숙모에게 했던 말이었다. 철수는 당연히 칭찬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외숙모는 크게 놀랐다. 눈이 커지며 고개를 뒤로 움츠려 빼는 모습이 철수는 놀란 자라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부터 였을까 '우리 철수는 착해서 너희 엄마는 걱정이 없겠다'던 말을 철수는 들은 적이 없다. 그만큼 철수는 착한 아이였다. 철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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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1-'개와 사람의 관계에 대한 독백'창작/소설 2022. 6. 22. 13:47
영화 를 보고 너는 동물을 사랑했다. 동물을 괴롭히고 멸종시키는 인간이 차라리 멸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가 사랑이라 하는 것이 정말로 동물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네 시선이 돌아서는 곳에서 다른 문장을 본다. 경기도 어딘가 버스를 타고 한참 가면 어둑해질 무렵의 벚꽃이 폴폴거리는 교정이 나왔다. 나무 아래는 새카맣게 어두워도 하늘은 달빛에 하얗게 빛났다. 꽃잎들이 하얗게 부숴지고 흩어지면, 학생들은 설레여 잠들지 못했고 그 중에는 우리도 있었다. 노천광장에는 들떠서 왕왕 섞이는 말소리들이 가득했다. 어둠은 서로의 표정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만 딱 적당했다. 그때 흩어지듯 말해준 이야기엔, 흐릿했지만 분명, 발에 채이고 도망치며 죽어가던 너의 강아지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 네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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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지배하는 강한 강아지로 알려지는 것'과 '산책'과 '작은 강아지'창작/소설 2021. 1. 20. 03:03
문득 작게태어난 갱얼쥐는 생각했다. 덩치젛은 개일수록 마킹냄새가 강렬하지않을까 지금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하면 충분한 상관관계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종종 같은 덩치여도 마킹냄새에편차가 있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다. 갱얼쥐 thought, '갱장히 흥미롭따. 만일 강한 쉬야를 갖게 되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게 되지않을까? 거꾸로 마킹이 구라일수도 있지않을까? 한정된 나의 쉬야를 어디에다 싸야 더 좋은 산책로를 차지할까? ' 갱얼쥐, 모카는 바쁘다 이윽고 갱얼쥐는 분산분석을 이용하여 쉬야 투자의 대가가되어따 그래서 더 쎈 마킹과 더 많은 쉬야를 보유하게되었따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같이바쁜 투자일정에 맞춰 길을 나서는데 온 세상에 누군가가 쉬야를 해두어따. 장마라는 그 놈의 품종과 덩치를 아무도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