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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날개뼈) - 수필창작/관찰 (수필) 2022. 9. 2. 01:05
어깨 (날개뼈) – 220901 그러니까 약 10개월 전쯤인, 작년 11월에 벤치프레스를 하다가 어깨를 꽤 심하게 다쳤다. 당시에 나는 회사에서 저녁시간 직후에 끝나는 세미나를 매주 듣고 있었다. 세미나를 듣기 전에 빠르게 운동을 마치기 위해 보통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데, 그날따라 정찬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일반식을 먹은 뒤 식사를 막 마친 채로 바로 운동을 하러 가서는, 평소처럼 1 round maximum 무게까지 치고 올라갔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사로 인해 배가 나온 채로 프레스를 하다 보니 흉추 신전을 충분히 할 수 없었고 바가 가슴에 닿을 때쯤 위팔뼈 및 날개뼈가 충분히 후인 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것이 어깨 부상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굉장히 오래 고생했다. 마사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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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카테고리 없음 2022. 8. 26. 22:05
220826 빈 자리에 앉아 적당히 먹고 싶은 것들을 주문했다 모두가 먹을만한 적당한 한 접시와 약간은 사치스러운 반 접시 그리고 가난한 마음을 채우는 작은 두 그릇 펄펄 끓는 물에 네 뼈를 고아대면 시린 추위가 우러 나올거라며 문을 거듭 박차도 두텁던 날들에 식당 바닥이 갈라진다 덜그럭 대며 먹는다는 행위만 남을 무렵이면 휘적이는 저 끝의 허공에 터덕터덕 걸리는 것들이 생긴다 사랑을 퍼다 너를 묻고 말들이 서로 맴돌아 얼룩이는 실오라기 혼자 식사를 할 때면 보살핌이 어색한 아이 같아 크레바스를 파고 들다 무저갱으로 날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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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수필)창작/관찰 (수필) 2022. 8. 20. 17:46
노화 (수필) – 220820 테크노에 취미를 갖게 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지만, 베이스와 킥이 단단한 딥하우스를 즐겨들은지는 꽤 되었다. 과한 신파가 묻어나지 않는 기계적인 반복음은 굉장히 인위적이면서도 그 규칙과 견고함이 자연을 닮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일을 하면서는 주로 멜로디가 절제된 딥하우스를 즐겨듣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런 장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10대부터 20대 초반 무렵에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조금 몽글거리는 형태의 브릿락 또는 인디 락이었는데 요새도 듣게 되면 그때로 돌아가는 듯한 감성적인 느낌을 받는다. 당시에 특히 뷰렛이라는 밴드를 좋아했었는데 홍대에서 열리던 거의 모든 공연을 쫓아다녔다. 지금도 어둑한 지하의 습기와 반가운 얼굴들 그리고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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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창작/관찰 (수필) 2022. 8. 7. 13:51
수요일 열시다. 나는 월요일 아침 9시 장이 열리길 기다리는 투자자보다도 오히려 지금이 더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이키 SB 시리즈 그것도 가장 전통적인 컬러인 흰-검 조합의 로우(low) 모델이다. 아주 오래전 나이키 럭키드로우에 당첨된 적은 단 한번 그것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모델이었다. 에어조던이긴 했지만 발목을 덮는 하이(high) 모델이었고 심지어 재질은 스웨이드였다. 사진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은 채로 맘에 드는 색깔만 보고 막무가내로 주문한 것이 패착이었다. 스웨이드는 관리하기 아주 까다로운 재질이다. 물과 함께 때가 묻으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데 이걸 모르고 샀던 맑은 하얀색의 신발은 지금은 비 오는 날의 얼룩에 젖어 버려진 러그처럼 형편이 없이 헤져버린 것이다. 물론 스웨이드를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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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3-스무살의 연못창작/소설 2022. 7. 29. 03:02
아침이었다. 반 정도 걸쳐있는 창문으로 절반정도의 햇볕이 들어온다. “어후 씨… 어떻게 들어온거지..” 연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핀다. 치킨집에서 싸 온 1L 짜리 페트병이 엎어져있다. 탄산이 날아간 맥주의 가장자리는 끈적한 잉크처럼 눌러 붙어있다. (맞다.. 치킨집에 갔었지…) 동아리 뒷풀이는 언제나 신촌의 유명한 명소 크리스터 치킨이었다. 일년 더 나이를 먹은 선배들은 학교생활과 음악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 '2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중간고사 기간이 오기 전이야 말로 달려야 할 때다.' 라는 것도 선배들의 생각이었다. “휴학은 무슨 휴학이야 이 새끼야~ 시간이 약이야 그냥 학교 다니다 보면 다 잊혀져. 또 여자친구도 생기면 기억도 안난다 너?” 가장 의지하고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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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창작/관찰 (수필) 2022. 7. 15. 15:45
나에게는 큰 콤플렉스가 있는데, 그것은 손이 참 못생겼다는 것이다. 기억이 시작된 지 30년 정도 살아보면서 손이 고운 남자를 이상형으로 뽑는 여성을 본 기억이 많다. 예쁜 손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시작되었을 사춘기 무렵에는 이미 너무 거칠고 마르고 두꺼워져 있는 손가락 마디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예쁜 손에 대한 잠잠한 동경을 뒤로하고는, 나름 도전해 볼 만한 어필의 방향으로 튼튼한 체격을 가지려는 목표를 세웠다. 군생활 이후로 강해져 보겠다고 무겁고 거친 것들을 들어보았고, 손바닥에는 징이 박힌 듯 굳은살이 통통통 박히게 되었다. 나름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손바닥을 바라볼 때면 그래도 떳떳하게 느끼지만, 손가락이 접히는 부분에 있는 굳은 살은 어쩔 수 없이 부끄럽게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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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배창작/시 2022. 7. 11. 23:55
오징어배 220711 웃통의 둘레와 거죽의 성분이 정교하고 징 꽹과리들 죄 몰려와 천둥인 척 한창인 가운데 큰 일이다 검은 물 건너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것이 깨진 조개처럼 풍악이 따가워도 벼락을 꾹 문 입은 곧 곧게 뻗은 선 부단히 먹고 먹이는 일 까슬한 껍질 속엔 수면과 대결하는 시선이 있다 번뜩이는 오징어 배에 홀려 뭍과 물을 휘적이는 발은 한 마리 오징어이기도 한 명의 어부이기도 하다 수평선을 큰 버거처럼 꾹 베어 문다 입안으로 말아넣은 입술 아래 더글더글 끓는 꼴뚜기 떼 고통과 행복을 가닥 가닥 솎는다 멈춘 숨 피어나는 벼락을 낚으려는 양 촘촘히 그물을 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