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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3 Sholomo - same time에서 영감을 받음 화해 안대를 쓰고 마디가 떨어져나갈 것 같던 아귀를 놓아본다. 나의 온 우주가 조용히, 온전히 부유한다. 세상이 뒤집히고 중력엔 방향이 잊혀질 무렵 나를 끌고 들어온 시간의 썰물이 경계를 융해하면 남지 않을 현상일까 서로에게 녹아 들던 그 향기로 온 세상에서 매 번 다시 만나 나는 언제나 당신과 화해할 것이다.
180114 밥 너를 먹이기 위해 거죽 다 벗겨내고 불가마에 뛰어들고 깊은 우물 바닥에 잠겨 폐포 끝 까정 물을 들이켰지 괜찮다. 새하얀 민낯으로 더운 입김으로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하리.
171025 꽃밭 돌고래와 우주가 되는게 꿈인 천사가 있다. 일그러진 그릇에 구멍이 나면 모든 색깔이 한 번에 터져나와 모든 것이 되고 싶던 자리에 그제야 허공이 피어나고 그 위에 홀로 서 추락하는 지점에야 비로소 깨닫는 질량이 궤적을 그린다. 야호 묵직한 주먹다짐 골탕이 가득한 시멘에 행복한 꽃뿌리 햇살 한 뿌리 심게 좋은 씨를 소금소금 뿌린다 보여주고픈 것들 해주고픈 것들
170915 해 질 무렵 안개꽃이 석양에 젖어 금빛으로 물들었네 햇빛을 진하게 개어 낸 순간들이 무한한 프레임에도 다 담기지 못해 나를 끌어 안고 또 너의 머리칼 위에 흐른다
170911 살구빛 나를 만나는 당신을 계속 만나기 위해 종일 당신과 싸우다 백기 한 송이 던지고 말았다 하얀 꽃잎에 그을린 듯 붉은 빛 숨겨둔 것은 나 일 수도 당신 일 수도 없는 아린 나의 고백이다 총총
마당 2017-04-09 오후 2:18 마당엔 콩도 날 수 있고 풀도 날 수 있고 꽃도 날 수 있고 집 앞 마당엔 평상 끌어다 누울 수 있고 고추 고등어 말릴 수 있고 아궁이 쌓아 떼울 수 있고 집이지만 빈 곳 매 바닥 부터 시작 하는 곳 수가 있는 곳
일출 2017-02-05 오전 5:04 미닫이는 파도엔 고저가 없는데 해가 뜨는 곳에서 부터 바람이 분다 반짝이던 별 들이 일렁이는 이불을 덮으면 새하얗게 부숴지는 수평선! 그 앞에 생의 의미, 무게 모든 질문들이 몰려오고 조각 조각난 수평선을 기어오르는 배 위에서 어부는 다시 하루의 그물을 던진다
2017-01-30 오후 9:56 한 낯 해가 뜨고 질 무렵 한 번씩 한 그릇을 지불하는 일 한 평방 십분지 일의 댓가는 생각보다 비싸다 찬 새벽을 가르고 한 뼘에 담아낸 노모의 사랑과 온기 그를 팔아 하루의 빚을 탕감받는 아들은 낯은 모두가 깨어난 한 낮에도 아직 볕을 기다린다.
2017-01-28 오전 4:51 Subway 제 각 각 뜨겁고 신선할 때만 아름답고 누릴만 할 때가 있다 뜨겁게 저며진 고기 차게 젖은 탱탱한 야채 바삭하게 구워진 빵 제 각 각이 하나로 뭉겨 희멀건 죽이 되는 것 만큼 슬픈 일은 없다 더 많고 고른 죽보다 생기있는 한 끼가 더 낫다
161101 연기 한 숨이 보이는 계절 볕은 더욱 곁에 두고파 진다 김이 흩어져 보이지 않는 점 게서 부터 역류해 오는 연탄 보일러 더운 김 내 길 위 드럼통 구공탄 타는 내 그리고 눈 앞에 흐릿한 기억들의 일렁임 피어오르네 그 반대편으로 기탓 줄 뜯어 내 듯 걸음을 내 딛으면 내 그림자의 길이는 더 길어질런지 아니면 짧어질런지 그대, 볕에게 묻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