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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삶을 빛나게 하는 Spark는 무엇인가? 영화 '소울(Soul, 2020)'을 보고 (스포일러 주의)
    창작/관찰 (수필) 2021. 2. 24. 23:58
    스포일러가 있다. 부디 영화를 보고 오길 간곡히 권한다.

    [도입부]

    나에게는 타나토포비아(Thanatophobia)가 있다. 필멸의 숙명이 생생하게 느껴질 때가 가끔 (일년에 한두번 정도) 있는데, 그럴 때면 공황에 가까운 압박감에 숨쉬기가 어려움을 느낀다. 주로 사랑하는 것들에서의 단절을 예상할 수 있을 때 또는 경험했을 때 그러한 감각을 느낀다. 때문에 나에게 있어 이러한 감각에 맞서게 하는 삶을 정의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고 갈급한 일이다.

    픽사의 영화들에 많은 별점을 주지 않던 이동진 평론가가 별 4.5개를 준 것도, 이 영화가 재즈를 배경으로 한 음악영화(이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라는 소문도 나에게는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였지만, 영혼과 삶의 궁극적 가치에 대해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받을 것 같은 기대가 가장 컸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 작은 불의 유무는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줄거리 및 결말]

    '조 가드너 (Joseph Gardner)', 그의 꿈은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립학교의 비정규직 재즈 밴드 선생님이다.
    그는 그의 삶에 의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그의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는 교사 정규직 오퍼를 받은 뒤 뉴욕 최고의 색소포니스트 도로시아 윌리엄스 (Dorothea Williams) 의 밴드 멤버가 되는 것을 제안 받게 된다. 어머니의 오랜 바램이었던 정규직이었지만 더욱 자신의 꿈과 멀어지는 것 같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자 그는 너무나 큰 행복과 환희로로 가득차게 만듦과 동시에 그를 부주의하게 만들어 사고사를 당하게 만든다.

    '영혼 22'는 생전 세계 "The great before"의 영혼이다. 이 생전 세계에서 22와 같은 영혼들은 여러가지 성격들과 함께 Spark라고 불리우는 것을 갖추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다른 영혼들과는 달리, 그에게 삶의 spark를 불어넣는 것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위대한 위인들로 구성된 멘토들이 번갈아서 시도했지만 모두가 이 영혼을 포기했다. 이 영혼은 세상에서의 삶에 의욕이 없다.

    대화면의 7개의 원은 6개의 성격과 1개의 Spark를 의미한다. 이 Traits 들이 다 차면 커다란 원형의 지구행 티켓으로 변하며, 그렇게 되기 전에는 미완성인 채로 영혼의 가슴에 계속 붙어있게 된다. 화면의 원들의 집합체와 동일하지만 하나 부족한 모양의 뱃지가 22의 가슴에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https://news.disney.com/animators-of-pixar-soul)

    마침내 살아보려던 조(Joe)가 앞으로도 살고싶지 않은 22의 멘토가 되었을 때, 그들은 각각 지구행 티켓과 생전 세계에서의 영원한 거주를 원해 은밀히 결탁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생전세계에서의 온갖 위대한 것들로 부터 마지막 Spark를 찾지 못했고, 삶을 너무나 원했던 조는 이내 편법을 써서 지구로 뛰어들게 된다. 그러나 22가 함께 휩쓸려버리는 바람에 조는 고양이의 몸에 22는 조의 몸에 갇히게 된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Joe는 자신의 생각과 감각과 몸을 가진 22를 달래서 Dorothea의 밴드에 성공적으로 들어가 목표를 이루고 그토록 원했던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22가 먹고 걷고 듣고 보고 숨쉬고 사랑하고 교감하고 이야기하며 수백명의 멘토에게서도 얻지 못했던 Spark를 얻어가는 동안, Joe는 오로지 목표만을 생각하고 달려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그는 22덕분에 하지못했던 이야기들,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듣게 되며 22의 의지로 경험한 것들로 부터 역시 삶의 순간순간의 가치를 깨닫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다시 자행해오던 실수를 반복하고 만다. 목표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Joe, 위대한 멘토들의 포기 및 공감이 가지 않는 위대한 관념들 앞에 자신감이 부족했던 22, 삶의 Spark를 찾아 헤메는 이 둘은 Joe의 몸을 누가 더 쓸것인가를 두고 언쟁을 벌이게 되고, 그 결과로 22가 큰 상처를 받아 삶에서 자신을 격리한 '길 잃은 영혼' (Lost Soul)이 되게 만들고 말았다. 

    몸을 되찾은 Joe는 결국 Dorothea의 밴드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하게 된다. 22에게 받은 영향때문일까 아니면 그동안 쌓아온 실력과 간절함 때문일까, 그는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 냈고 밴드의 정식 멤버가 됐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과 삶의 지평을 기대했던 그는 이제는 어떤 삶이 펼쳐지느냐고 Dorothea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https://www.thefilmagazine.com/pixar-soul-movie-meaning/

    Joe:
    "It's just..... I've been waiting this day for my entire life... just.... I thought I'll feel different"


    "(무슨일이냐는 도로시아의 질문에) 그건 그냥... 이 날을 평생 기다려왔거든요... 근데... 난 내 삶이 아예 달리 보일거라 생각했어요"

    Dorothea:

    “I heard a story about a fish. He swims up to this older fish and says, ‘I’m trying to find this thing they call the ocean’ ‘The ocean?’ says the older fish. ‘That’s what you’re in right now.’ ‘This?’ says the young fish. ‘This is water. What I want is the ocean.’”

    "한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 그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다가가 말했지. '나는 사람들이 바다라 부르는 것을 찾고 있어요'. '바다라고?'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지. '지금 니가 있는 곳이잖아.' '이거요?' 어린 물고기가 말했지. '이건 그냥 물이잖아요, 내가 원하는건 바다라고요!"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는 예전과 다름 없이 생기 없는 사람들의 표정과 날선 반응들을 본다. 그리고 힘없이 피아노 앞에 앉는데 22가 주워다 모은 잡동사니들 (그러나 소중한) 을 주머니에서 발견하고 무언가 깨닫는다. 그는 완벽한 몰입의 경지에 도달한 예술가들만 들어올 수 있다는 삶과 죽음의 경계 'Zone'에 들어가 길 잃은 영혼이 된 22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미 쓰여진 정형화된 악보 대신, 22가 소중히 모아둔 삶의 순간순간들을 기억하며 즉흥 연주를 하게 되고, 지난 자신의 삶 역시 소중히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했음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Zone에 들어간 22를 만나 그가 겪었던 고통을 목격하고 그에게 삶의 소중했던 순간을 기념하는 무언가를 건내며 그들은 22 역시 삶의 Spark를 발견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Spark는 무엇인가.]

    Jerry:
    “Your spark isn’t your purpose. That last box fills in when you’re ready to come live.”

    "당신의 삶의 불꽃 (Spark)은 당신의 목적이 아니에요. 뱃지의 마지막 빈 공간은 당신이 살 준비가 됐을 때 채워집니다."

    이것만 보았을 때는 결국 그 준비는 언제되는데? 라고 되묻게 된다. 하지만 이 모호함은 결국 22에게로 그리고 도로시아의 물고기 이야기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에 주고 받는 Jerry와 Joe의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Jerry:
    "so... what do you think you'll do? how you're going to spend your life?"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것같아요? 당신 삶을 어떻게 쓸건가요?

    Joe:

    "I'm not sure.... but.. I do know, I'm gonna live every moment of it."

    "확실친 않지만... 그 모든 순간을 살거란 건 확실해요"

    목적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삶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도 우리를 삶으로 부터 단절시킨다. 매 순간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을 빛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경험에 앞선 판단을 지양하는 태도]

    먼 미래의 압도적인 탁월함과 다른 삶을 좇던 시간들이 맹목적이 되거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현재를 회피하게 될 경우, 우리는 우리를 삶으로 부터 고립시켜 길 잃은 영혼 (Lost Soul) 이 되게 만든다는 점은 Spark가 단순히 멋진 순간 또는 삶의 빛나는 부분이 됨을 넘어 아주 필수적인 균형감각임을 반증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탁월한 스스로를 꿈 꾸고 가능성의 영역을 누리던 생각과 행동의 일부가 현실에 대한 혐오나 회피에서 비롯되지는 않았는지 차분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확인을 구성하는 일환으로 '목적과 의미의 유무와 별개인, 삶 자체를 지향하고 그대로 경험하고자 하는 태도'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며 그 결과가 Spark와 많이 유사하다고 여겨졌다. 또한 이러한 태도가 마음챙김, 명상과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명상 간의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함도 깨달았다. 예전에 내가 쓴 명상에 대한 글 (seowlite.tistory.com/33) 은 마치 명상을 일종의 목적을 가진 보정 기술처럼 다루었다. 명상에는 분명 그러한 방법론 적인 부분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기술이나 지혜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소중하고 효과적이며 강렬하게, 삶의 소중한 감각들과 경험들이 그 삶을 경험하는 우리와 잘 어우러져 우리의 삶을 더나은 곳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사후를 The Great Beyond라고 묘사한다. 위대한 이후 (머나먼 저 세상이라고 영화에서는 나왔던 것 같다.)라고 번역될 수 있는 이 이름이 사실 이러한 삶의 과정들이 순간의 소중함들을 깨닫게 하려는 위대한 여정일 수도 있겠다는 메세지를 담고있는것은 아닐까? 

    Jerry:
    "We are in the business of inspiration, Joe. But it's not often we find ourselves inspired"

    "우리는 영감을 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조. 그렇지만 우리가 영감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지요."

     

    [그 외 - 글로는 담을 수 없는 것]

    위의 내용들과 의미들 외에도 너무나 아름답고 압도적인 영상구성은 내가 실제로 뉴욕의 시끄러운 거리 한 가운데 서 있거나 무한하고 광활한 우주에 고요히 또는 소용돌이 치며 떠 있는 것 같은 감각을 선사한다. 바로 코 앞에서 연주되는 것 같은 재즈와 온 우주가 느리게 흥얼거리는 것 같은 음악 역시 글에는 담을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사랑하는 청록 색감이 가득 했던것도 환상적이었다. 마지막은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장면 "Quiet Coyote"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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