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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을 읽고 (David Eagleman - The brain)
    심리학 2022. 2. 24. 21:49

    코로나로 새로운 사람과, 또는 새로운 분야로 대화할 일이 많이 없는 요즘이다. 이런 것들을 해 보고 싶어 트레바리를 통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다 보고 나서 느낀 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뇌과학이라는 거대한 주제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좋은 교양입문서라는 생각이었고,
     두번째는 책이 어디로 가는지 그래서 최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TV 방송이 원작이어서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은 가슴 깊게 울린 감동인데 이는 가장 마지막에 후술하겠다.

     

    '더 브레인: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라는 멋진 제목이 무색하게 최종적으로는 무엇이 중요한지 머릿속에 잘 남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명제를 서술하지 않았고, index를 어떠한 관점에서 설계했는지 그 시각을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거대하고 장엄한 질문으로 구성된 각 챕터는 각 질문의 대답에 단서가 되는 간단한 예시들의 열거로 구성되어있다. 틀리지 않기 위한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기에, 과학적으로 안전하지만, 사실 간의 엮어내기를 게을리 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책의 차례를 다시 둘러본다. index는 다음과 같이 6가지로 되어있다. 각 chapter의 질문에 대해서, 책에서 얻은 기억을 바탕으로, 성급히 내린 답변을 달아보았다.

    1. 나는 누구일까?: 뇌 가소성의 가치 '상황에 맞게 새로 프로그램 될 수 있는 여지', 자기 의식의 형성 과정과 성인기 노년기 뇌의 가소성 및 자기 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관측 방법 소개.
    2. 실재란 무엇일까?: '감각에 호응하는 뇌'의 중대한 역할로 '느낀다는 것에 필요한 방대한 simulation (internal model)'이 존재함에 대한 과학적 근거들 (간단한 시각적 착시 현상부터 공감각 시간 굴곡-시간이 빠르게 혹은 천천히 가는 것 같은 감각-까지)
    3.  누가 통제권을 쥐고 있을까?: 무의식의 '자동화'기능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역할 및 자유 의지가 무의식의 통제를 받는 비 자율성에 대한 과학적 사례들
    4.  나는 어떻게 결정할까?: 다양한 욕구 간의 분쟁을 조율한 뒤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의식이 시나리오 별 보상을 시뮬레이션 하지만, 신체적 감각에 매우 의존적이고 불확실하며 분명하고 단기적인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쾌락을 절제하는 절제 연결망이 존재하며, 이것을 인지 시키며 훈련 시킬 경우 중독 등에서 벗어날 확률이 증가한다. (절제력은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5.  나는 네가 필요할까?: 인간은 모든 패턴에서 인격을 찾고, 사회적으로 배제당할 경우 고통을 느낀다. 거울 뉴런을 통해 인간은 강한 집단으로서 타 종을 압도했다. 인간을 대상화 하는 프로파간다를 주의하지 않으면 보편적 인간성을 망각한다. 이 때, 경험적이고 공감적인 교육은 크게 도움이 된다.
    6.  미래에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될까?: 특정 감각은 대체 가능하다. 또한 기계를 통한 신체 기관의 확장은, 처음으로 시각과 청각을 익히게 된 선천적 장애자가 겪는 것과 유사한 어려움을 제공하며, 이내 익숙해지는 것 역시 유사하다. 의식이라는 것은 결국 각 부품의 심오함이 아닌 연결성을 통해 부여된다. 개미들이 복잡한 집을 짓는다고 해서 개미 한 마리가 그것을 디자인하지 않은 것과 같다.

     

    위 요약들은 본문의 입장과 크게 다를 수 있다. 변명을 하자면, 완벽한 리뷰를 위해서 요약을 해가며 독서를 하는 것이 꼼꼼할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을 추려내는 데에는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기 때문에 불완전한 기억에 의지해 글을 적었다. 요약한 내용을 또 한번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될 것 같다.

     

    1. 감각과 인지(무의식/의식)와 의지의 통합된 연결성은 인간에게 자기 의식을 부여한다.
      • 감각/무의식/의식을 관통하는 인지는, 분절된 현상의 간극을 메꾸는 뇌의 수많은 simulation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이 때문에 또한 인간의 경험은 ideal한 실재와 차이가 있다.
      • 의지는 상충되는 욕구들 사이에서 보상 값을 최대로 simulation할 수 있는 scenario를 구현할 수 있게 하지만 한정된 절제력에 기반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2. 인간의 의식들은 서로 의합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훌륭한 거울 뉴런을 통해 이를 구현하나 외집단을 비인간화하여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 의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과학 서적이나 논문의 끝에 의례 있는 무궁무진한 느낌을 주는 부분)

     

    이렇게 요약하고 보니, 책 제목이 '더 브레인: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보다는, '더 브레인: 느끼고 결정하고 소통하는 것은 누구인가?' 등의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이었다면 본문과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호하는 하나의 결론과 요약으로 나아가는 구조가 아니라고 날 선 글만 쓴 것 같다. 그렇지만 사실 자작시 (https://seowlite.tistory.com/57) 를 쓰게 할 정도로 좋았던 부분들도 많았다.

     

    '뇌에서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을 묻는 것은 마치, 대도시를 앞에 두고 - 여기서 경제가 어디요? - 하고 묻는 것과 같다.' 라는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다. 또한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 빈자리에 새롭고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부분 역시 두근거리고 설레는 도입부였다. 무작위하고 복잡하기만 해 보이는 것들 사이에 사실 존재했던 원리들에 특히 아름다움을 느낀다. 병에 최소한 이름은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는 환자처럼, 삶을 어렵게 하는 현상들에 원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

     

    또한 아이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도 감정적인 돌봄과 감각적인 자극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대조해보고 배워간다는 부분이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나는 발달 심리학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중요성이 높다고 막연히 생각해왔기에 더더욱 생생하게 다가온 것 같다. 자의식이 생기기 전 부모님의 얼굴을 익히던 감각은 기억나지 않지만, 새로운 감각을 익힌다는 것은 마치 처음 스키를 타거나 처음 자전거를 타는 감각과 그나마 유사할 것이다. 새롭게 배우는 그 방법은 계속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처음 걷고 웃는 아이처럼 허덕이며 배울 수 있게 되어 10년째 올해의 목표로 삼았던 것들을 해치우기를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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