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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리잡기 (도파민, 마실수록 갈망하게 되는 바다에 대하여) 230320
    창작/관찰 (수필) 2023. 3. 20. 22:30

    꼬리잡기 (도파민, 마실수록 갈망하게 되는 바다에 대하여) 230320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적이 있다. 1988년에 브라질에서 출판된 책은 한국에는 2001 2월에 출간 되었는데 무려 4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보물을 찾기 위한 산티아고의 여정은 별의 별일을 겪게 된다. 운명과 보물을 찾아서 피라미드로 떠나는 여정에서 산티아고는 별의 일을 겪게 된다. 길고 여정 끝에 산티아고는 자신의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주인공이 '보물을 찾았는가?' 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중학생이 되었던 역시도 그랬지만 근래에는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여정이 우리를 목적지로 데리고 가기도 한다. 무작위적인 여정을 수용 하면서도 목표와 현재를 동시에 살아가는 산티아고의 여정은 어쩌면 우리의 도전과 목표 그리고 현존하는 지금 순간 사이를 조화롭게 대변한다.

     하지만 나는 산티아고가 아니다. 피라미드에 숨겨졌다던 막대한 보물을 찾는게 아닐지라도, 무언가를 추구하고 달성하고자 애쓰는 과정은 쉽지 않다. 갈망의 해소와 행복은 하는 것은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한다. 대단한 공부나 엄청난 훈련은 아니지만 퇴근하면 항상 운동을 가려고 결심한다. 그리고 침대에 반쯤 잠겨 '운동 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와 씨름한다. 1시간정도의 운동을 하러 가기에 앞서 어떤 날은 세네시간을 자책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마음으로 갈등한다. 마치 금화 닢을 품에 넣어두고 모험을 떠나길 평생 망설였던 산티아고의 아버지 처럼. 그러다 운동을 내고 나면 기쁘기 이를데가 없다. '퉁퉁한데 덩치라도 없으면 그냥 뚱뚱이로 남는거다'라고 자학하며 야금야금 운동을 갔더니, 매우 최근에 데드리프트 200kg 뽑아 냈고 대단히 기뻤다. 아래는 당시의 운동일지다.

     

    2023 3 3 저녁
    드디어 앞자리 2 봤다. 항상 1RM에는 겁먹고 바에 붙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늘은 날개뼈를 바의 바로 위에 정렬하기 위해 적당한 중량을 때와 동일한 -정강이 간격을 두려 했다.
    이를 위해 리프트 직전 거울을 통해 정렬 상태를 확인했다.


    데드리프트를 때는 바를 위로 당긴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그러면 일상생활에서 허리에 힘을 주며 물건을 드는 익숙하고 다치기 쉬운 동작이 나오기 때문이다. 양팔로 봉을 구부리듯 몸에 붙이며 무게를 단단히 조인 날개뼈에 걸고, 호흡을 있는대로 가두어 팽팽해진 몸통은 마치 꼬리라도 달린 척추를 곧게 펴게 만든다. 깊게 담근 골반을 앞으로 보내며, 등으로 부터 시작되어 대둔근과 대퇴이두까지 이어지는 후면 사슬로 걸어 긁어 올려야 한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고 사람마다 다른 체형과 유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통용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이건 마치 부터 엉덩이까지 굵고 곧은 꼬리가 뻗어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나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200kg 성공 보았다. 목표를 달성했을 나는 듯이 기뻤지만 이내 막막해졌다. 이걸 든다고 인생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꼬리는 실재하는가?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20 처럼 해탈한 연기를 하며 수는 없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기 꼬리를 잡기 위해 제자리를 뱅뱅 도는 강아지 처럼 어디론가 뻗어가는 일은 없었다. 역시도 사막에서의 시간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러한 와중에 가까운 친구가 '도파민형 인간'이라는 책을 권해주었다.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면 성공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항상 만족할 없게 되는데 이러한 배경엔 과도한 도파민이 자리잡고 있다는 제언과 함께였다. 책의 저자인 대니얼 Z. 리버먼 (Daniel Z. Lieberman)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정신/행동과학부 임상과 교수 부위원장이다. 다른 저자인 마이클 E. (Michael E. Long) 물리학자이면서도 극작가이다. 아무래도 대니얼이 정리한 논거를 마이클이 흥미로운 순서와 일상의 사례들로 각색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놀라웠다. 도파민이 성취욕/쾌감을 담당하는 호르몬인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파민의 성질인 '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본질적으로 사람을 만족시킬 없으며 중독과 이기심 아니라 지능과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까지도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도파민은 새로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나은 것을 선택하게 하는 '갈망' 담당하는 호르몬이다. 마치 새로운 사냥터나 식물을 탐험하고자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성질은 집단 또는 개인의 생존에 유리한 지점을 제공했다. 당장 손에 없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낮은 차원에서는 이기심이 되지만, 복잡하게는 변화 자체를 추구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애초에 인간의 뇌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갈망하도록 빚어 졌다고 말한다. 인간은 어떠한 동물보다도 도파민에 민감한데, 이렇게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다 보니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있게 되었고 도구의 발명과 복합적인 사고를 통해 오늘날의 물질적 풍요를 얻게 되었다는것이다. 세상에는 부터 도파민이 남들보다 많이 분비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도파민형 인간' 계속해서 많고 자극적이고 놀라운 것에 매료되며 욕망하고 갈구하고 중독되며 성취한다.

    일례로 도파민 수용체의 일종인 D4 유전자 변이형 7R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새로운 것에 끌리는 경향이 유독 강하며 평범함을 거부하고 특이한 것들을 찾는다. 이러한 도파민형 인간들은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중립적인 환경에서 자랐을 )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진보적인 정책이 가져올 변화와 나은 삶이라는 기대에서 오는 욕망이 그들의 주된 동인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도파민 시스템이 활발한 사람들이 추상적인 사고에 평생을 바칠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학계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적인 경향이 있음을 언급한다. 이와 함께 진보적인 성향일수록 해당 그룹의 평균 아이큐가 6 (100 평균) 정도 높다는 런던 정치경제대학의 가나자와 사토시 (Satoshi Kanazawa) 교수의 연구결과를 보여준다. (229p) 저자들은 도파민 회로가 제공하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지능을 올려준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준다. 추상적 개념을 이해할 있는 능력 외에도 변화에 맞춰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능력 역시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도파민 회로가 발달한 사람은 음악적 재능 또는 수학적 재능 모두가 발달한 경우가 많다고 하니 여기까지만 보면 도파민 회로의 발달은 만능인 처럼 보인다.  

    마냥 부러워 일은 아니다.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에서 도파민형 성격이 유전된다는 소견이 나왔으며 이것은 재능의 대물림 외에도 유전병이라는 양날의 검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음을 보여주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실시한 86000여명의 유전자 프로파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배우, 무용가, 음악가, 화가, 작가 예술 계통 종사자가 유독 많았다고 한다. (217page) 고지능의 대명사인 아인슈타인의 생애와 성격을 보면, 그가 매우 충동적인 도파민 인간임을 있다. (그는 본부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다가 불륜상대와 재혼한 비서와 외도를 가졌다. 도파민은 그에게 남다른 창의력이라는 축복과 정착할 없는 저주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러한 그의 도파민형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들의 삶도 다이나믹한데, 명은 수력공학 분야의 국제적인 대가가 되었고 다른 명은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서 20세에 생을 마감했다. 미적분을 발명한 아이작 뉴턴 역시 50세에 완전히 미쳐버려 정신병원에 1년간 감금되었다. 도파민 수치가 높으면 현재에 정착할 없거나 각종 정신질환에 노출된다는 단점 외에도 사회성이 매우매우 떨어지게 되는 단점이 있는데 이는 공감능력이 현재지향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경계선과 역할이 분명한 대리적 관계를 친교적 관계보다 선호하며 차갑고 괴팍하다. "나는 인류는 사랑하지만 사람들은 싫다."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이다.

    이렇게 도파민형 인간들은 변화를 추구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를 추구한다. 그렇지만 정작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성적으로도) 만족에 이르는 사람들은 가정적이고 도파민이 적은 현재지향적인 화학물질들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적 공동선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개인과 집단의 이득과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고 변화가 가져올 있는 위험에 매우 민감하다. 이런 사람들은 권위적이고 차가울 같지만 되려 이들의 세로토닌 수치는 높으며 현실감각에 충실한 편이다. 일시적으로 세로토닌을 높여주는 우울증 약인 시탈로프람 (citalopram) 섭취하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도 일시적으로 보수주의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밝혀졌다. (234~243page) 보수적인 경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소수집단이나 이질집단에 매우 배타적인 의견들이 지배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많은 기부를 하고 실제 접촉에서도 많은 동정심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도파민이 적은 경향이 있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현실 감각에 충실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감각 (가해혐오감: harm aversion)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상유지를 선호하면서도 가해 혐오감에 의해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246page)

    그렇다면 이러한 성향은 오직 선천적이며 개선이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도파민 회로가 약한 집단은 구체적인 사고를 선호하고 소수집단에 배타적이며 보수적인 정치관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전혀 관련이 없는 주제(운동) 대한 추상적인 사고(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가?) 경험한 직후에 상당히 약화되었다. 추상적인 사고회로를 자극하는것만으로도 도파민 회로는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거꾸로 오감에 기반한 구체적인 질문(어떻게 운동을 것인가?) 받은 집단에서는 이러한 입장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247~249페이지, Jamie Napier 박사의 실험) 부분을 읽었을 , 그렇게 많은 동기부여영상들이 궁극적인 목표와 goal 그리고 사명과 이유를 강조하는지 있을 같았다. 그러한 영상들의 제작자들이나 강사들은 '욕망' 핵심이 도파민회로의 활성화에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대의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꾸로 손실혐오감(loss aversion) 자극 당하면 현재지향적인 공포감이 구체화되어 위험을 억제하는 방향, 보수적인 경향이 강해진다. (237~9페이지) 미묘한 위협과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정치적 신념을 묻는 대규모 설문조사가 실시되었을 , 세정제를 옆에 두고 앉았던 학생들에게서 보수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세정제가 은연중에 감염의 위험을 상기시키위한 장치로서의 역할을 것이다.


    이를 보고 나는 최근의 역사에서 있었던 Facebook 통한 트럼프와 공화당의 유세활동 영국의 EU 탈퇴를 위한 여론 형성을 위한 표적 광고의 사례가 떠올랐다. 나는 이것을 각각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The Great Hack)' 영국 채널 4 드라마 '브렉시트: 치열한 전쟁 (Brexit: The Uncivil War)'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영상물 모두 개인 정보의 유출 (by Facebook) 웹을 통한 빅데이터 학습(by Cambridge Analytica) 위험성에 대해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지만 나는 새롭게 등장한 신경정치학(Neuropolitics, 인간의 정치적 의사결정과 행동을 신경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없다고 생각한다. 신경정치학에 대한 종합적이고 상세한 소개는 정재승 교수가 기고한 다음 기사를 참고하길 바란다.
    ("
    보수와 진보는 뇌의 두께가 다르더라" 2016-02-27 13:08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32349.html )

     저자는 말한다. 비이성적 결정을 부추기려면 '두려움, 욕망, 동정심' 자극해야 하며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두려움이라고 말이다. (234~235페이지) 도파민 욕망회로와 현재지향적 화학물질경로는 서로 경쟁하지만 결국 인간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다. 미래지향적인 도파민형 인간은 나은 삶을 추구하고 현재지향적인 인간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다른 방식은 결국 연속적인 삶의 균형을 완성한다. 곳에만 머무르는 생물은 다양한 멸종 위기에 노출되기에 (256페이지) 누군가는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 일례로, DRD4 유전자-D4 도파민 수용체 합성을 지시- 가진 집단일수록 아프리카에서 곳으로 이주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인류 발원지로부터 1600km 멀어질 수록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상대적인 비율은 4.3% 늘어나는 경향' 발견했다. (258페이지) 또한 이주한 뒤에도 해당 형질은 대담함과 창의성이라는 유전형질을 통해 높은 비율로 살아남도록 돕는다.

    때문에 서로 다른 경향을 가진 '개개인의 사람' 악한 것이 아니다. 만일 막후가 존재할 경우, Good Cop & Bad Cop 전략이 지향하는 처럼, 일어나고 있는 대립이 이루는 앙상블 속에서 결국 이득을 얻게 되는 쪽일 확률이 크다. 다른 종류의 스위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누가 스위치를 누르고 있는가를 살피는 혜안이 중요하다. 무한한 꼬리잡기 게임 안에서 우리 모두가 첫째가 꼴찌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기를 반복할 것이다

    서로 다른 우리, 혹은 우리 개개인 안의 다른 면모들은 N극과 S극처럼 현재 또는 미래에 복무하고 있다. 너무 행복하지 않다면, 미래와 현재 가지를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존재하지도 않는 꼬리를 좇는 사람이 아닌지. 혹은 내가 가지고 있는 꼬리만을 좇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현재지향적이고 구체적이거나 궁극적이고 추상적인 사고와 관점 그리고 행동을 통해 스스로의 기어를 조절할 있다. 도파민의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지만 현세상 옷감의 물결 하나하나의 주름을 관찰하는 미켈란젤로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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