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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엮으며
    창작/관찰 (수필) 2023. 4. 2. 22:49

    책을 엮으며 230402

     

    현재 넷플연가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 번쯤, 독립 출판 - 나만의 책 만들기라는 4주짜리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지난 7월부터 2주에 하나씩 작성했던 17편의 수필 혹은 과학 수필을 모으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듣기로는 A4 한 페이지당 보통 4~5페이지의 책 분량이 나온다고 했고, 나는 한 편의 에피소드를 쓸 때마다 (체감상) 3페이지정도는 썼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00페이지에 해당되는 얇은 책 한 권 분량이 다 마련됐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 걸 일단 분량부터 130 페이지로 200페이지에 턱없이 부족했다. 얇은 책이라고 라도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150page는 되어야 한다. 때문에 최소한 세 개의 에피소드를 더 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차를 포함해도 대충 7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총 에피소드가 20개인것도 조금 더 완결성이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는 어떠한 내용을 더해야 할까? 현재로서는 목소리, 포옹, , 창의성 정도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프로 작가들은 대체 어떻게 먹고 사는 것인지 새삼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나는 오만했던 스스로를 탓한다. 분량을 어림해보기 전에는 효과적인 목차의 구성만 우선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냥 작성한 순서대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어떻게 구성을 해야 할까? 쉬운 쪽에서 어려운 쪽으로? 혹은 신체를 주제로 쓴 글 들이니, 신체의 겉에서 안으로?

    사실 목차를 어떠한 순서로 구성해야 할지는 아직도 고민이 많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내가 마치 90년대의 인디 뮤지션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테이프로 노래를 듣던 시절엔 노래를 듣는 순서는 오로지 뮤지션의 몫이었다. 청자에게 다음 곡이라는 옵션은 없었다. 오직 A side 또는 B side를 고를 수 있을 뿐이다. 알고리즘이 관심있어 할 곡을 추천해주는 요즘에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결국 동일한 취향이 무한히 재 생산되어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다시 Editing의 가치는 주목받게 될 것이다.

    테이프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을 때도 그 목차의 순서를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독자는 보통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e-book이 각 단원으로의 하이퍼링크를 제공한다고 해도 독자들은 빨리 페이지를 넘길지 언정 지식이나 감정이 단계적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숏 폼과 유튜브가 현대인의 삶을 상당히 장악한 지금에도 영상매체가 드라마나 영화가 가지는 영향력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얼개가 주는 서사를 통해 개념의 구조를 소화하려는 사람들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여전히 책은 인쇄물을 선호한다.’ 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전달력이 좋은 구조의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해서 과외를 한 적이 있다. 각각의 문장들은 최대한 비슷한 개념을 가진 것끼리 붙어있어야 한다. 문장 간에는 구별되는 차이가 있더라도 문단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어야 독자는 여러가지 문장을 하나의 서사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전달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흡입력을 제공하려면 독자에게 일정한 리듬의 해갈을 제공해야 한다. 추리소설을 작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독자를 던지고 빠져나오게 하고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수필이라는 장르가 갖는 수월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래도 나의 이야기와 고민이어서 쓸 때 수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주인공이 내가 되는 것이라서 부담이 한결 더 심하다는 것을 목차를 정하며 느낀다.

    지엽적인 긴장의 제공과 해소는 각 에피소드마다 존재하지만 이것을 중간정도의 리듬으로 엮어내는 중단원과 전체를 구성하는 대단원으로 엮어내야 서사는 완성된다. 이러한 관점은 윌 스토의 이야기의 탄생이라는 글을 읽으며 형성되었다. (https://seowlite.tistory.com/46)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 내는 것을 선호하며 인내심 있는사람들에게 추천한다책의 서술 방식이 상당히 학술적이고 고루하다. 이 책을 보면 인간이 지엽적이고 완고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 보통 대대로/널리 읽히는 작품들의 주된 특징이라고 한다. 현실과 다른 세계관을 고집하는 주인공이 겪는 일련의 과정이 독자의 세계관의 확장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럴 확률은 낮겠지만 아주 만일, 내 글이 널리 읽힌다면 나는 이것을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질책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후자라면 더 성장할 공간이 있는 것으로 알고 기쁠 것 같다.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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