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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1 살구빛 나를 만나는 당신을 계속 만나기 위해 종일 당신과 싸우다 백기 한 송이 던지고 말았다 하얀 꽃잎에 그을린 듯 붉은 빛 숨겨둔 것은 나 일 수도 당신 일 수도 없는 아린 나의 고백이다 총총
마당 2017-04-09 오후 2:18 마당엔 콩도 날 수 있고 풀도 날 수 있고 꽃도 날 수 있고 집 앞 마당엔 평상 끌어다 누울 수 있고 고추 고등어 말릴 수 있고 아궁이 쌓아 떼울 수 있고 집이지만 빈 곳 매 바닥 부터 시작 하는 곳 수가 있는 곳
일출 2017-02-05 오전 5:04 미닫이는 파도엔 고저가 없는데 해가 뜨는 곳에서 부터 바람이 분다 반짝이던 별 들이 일렁이는 이불을 덮으면 새하얗게 부숴지는 수평선! 그 앞에 생의 의미, 무게 모든 질문들이 몰려오고 조각 조각난 수평선을 기어오르는 배 위에서 어부는 다시 하루의 그물을 던진다
2017-01-30 오후 9:56 한 낯 해가 뜨고 질 무렵 한 번씩 한 그릇을 지불하는 일 한 평방 십분지 일의 댓가는 생각보다 비싸다 찬 새벽을 가르고 한 뼘에 담아낸 노모의 사랑과 온기 그를 팔아 하루의 빚을 탕감받는 아들은 낯은 모두가 깨어난 한 낮에도 아직 볕을 기다린다.
2017-01-28 오전 4:51 Subway 제 각 각 뜨겁고 신선할 때만 아름답고 누릴만 할 때가 있다 뜨겁게 저며진 고기 차게 젖은 탱탱한 야채 바삭하게 구워진 빵 제 각 각이 하나로 뭉겨 희멀건 죽이 되는 것 만큼 슬픈 일은 없다 더 많고 고른 죽보다 생기있는 한 끼가 더 낫다
161101 연기 한 숨이 보이는 계절 볕은 더욱 곁에 두고파 진다 김이 흩어져 보이지 않는 점 게서 부터 역류해 오는 연탄 보일러 더운 김 내 길 위 드럼통 구공탄 타는 내 그리고 눈 앞에 흐릿한 기억들의 일렁임 피어오르네 그 반대편으로 기탓 줄 뜯어 내 듯 걸음을 내 딛으면 내 그림자의 길이는 더 길어질런지 아니면 짧어질런지 그대, 볕에게 묻네
콜드 브류 160824 대양을 건너 온 열대의 좋은 콩 최고의 향을 남김 없이 짜 내도 얼음과 물 없는 그대로는 쓰고 뜨겁다 당장은 차고 느린 우리의 관계를 곁에 두고 기다려 달라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겠다
여기 있었다. 2016-08-07 오전 12:32 그 때 나는 눈이 멀었고 그나마 보이던 텅 빈 건물의 내벽과 외로움의 끝자락 조차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질식감에 가리워져 버렸다. 이윽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고, 눈을 감고 눈이 멀었다는 걸 알았다. 거기, 있을 거라던 혹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것들 모두 여기 있었다.
제비 2016-08-05 오후 6:21 진흙을 물어다 침에 개어 멀어버린 눈에 발라 두엇네 김가네 두엄더미에서 논두렁의 즌 자리에서 그리고 사분지 일평 남짓의 변소에서 고독을 한입 한입 물어다 발라두었네 머잖아 태어날 제비새끼들 멀어버린 눈 뜰 무렵이면 처마밑에 드는 볕에 눈 부실 거라는 그런 마음에 서성이며
몽똘 2016-07-22 오후 10:29 바득바득 갈리다 내 얼굴을 비춰뵐 즈음 누군가 주워갈테지 섬에 섬에 표류한다. 갯강구들 자벌레들 무의미하게 따귀를 들이치는 파도들 꼬추나 딸랑이며 밀물을 찰박인다 나갈지 혹은 누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