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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 -20230108
    창작/관찰 (수필) 2023. 1. 8. 22:28
     
     
    최근에 악력계를 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 정보' 라는 채널에서 근육 성장의 조건이 될 수 있는 근신경계의 피로도를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첨부 사진의 출처이기도 하다 https://youtu.be/eEszqGGT9wc)에서는 근신경계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있으면 순간적인 힘을 내는 속근이 동원될 수 없기 때문에 최대 부하를 낼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지근 위주의 자극이 와서 전체적인 사이즈를 키울 수가 없다고 했다. 이게 악력계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면 근신경계가 제대로 동작 할 때, 악력이 제대로 동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그 관계이다. 기타 부위는 큰 근육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악력은 비교적 일정한 힘을 내기 때문에, 중추신경에서 근육을 동원하기 위해 내뿜는 전기적인 신호가 약해져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참고: 근육의 종류에 따른 부피 비교 및 피로도에 따른 대응 전략 https://youtu.be/E5nS5wl2mBc)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파는 악력계로 나의 악력을 테스트 해 보니 왼손이 62정도 오른손이 60정도였다. 얼추 60kg 정도의 악력을 양 손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데드리프트를 맨손으로 140이상 칠 수 없던 상황이 납득이 갔다. 또 발견한 사실은, 내가 그다지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근하고 내리 누워있다가 헬스장이 닫기 40분~1시간 전에 가서 간신히 가장 큰 운동을 하나 하는 정도로 훈련하니 악력이 떨어질 일이 별로 없었다. (힣히) 어쨌든 스스로의 악력을 종종 재 보는 것이 그날의 운동 성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명제는 굉장히 신박한 관점이었고 즐거운 실험이었다.
     
    나는 육체를 구성하는 근신경이 마치 반도체에 전기적인 신호를 뿜어 넣는 정도를 결정하는 부품 (트랜지스터) 처럼 느껴졌다. 반도체 내부의 전류를 제어하고자 하는 다양한 행위들이 마치 전류를 불어넣고 끄는 역할을 하는 우리 몸의 생물학적인 신경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공학에 크게 관심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우리나라의 삼성이 TSMC에게 따라잡히다 못해 뒤쳐지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알려져 있을 것이다. 7나노 공정이네 3나노공정을 누가 먼저 갔네 하면서 말하는 데, 대충 '누가 더 작게 잘 만드는구나' 정도의 감이면 충분하다. (비전공자를 위한 알기 쉬운 반도체 소자이론: https://tidlab.sogang.ac.kr/bbs/bbsview.do?bbsid=1886&pkid=38638&wslID=tidlab&currentPage=1&searchValue=&searchField= ,반도체 공정의 선폭 개념: https://it.donga.com/31900/, 그게 다가 아니라는 설명: https://thdnice.tistory.com/186) 전류의 흐름을 켜고 끄는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가 작아지면서 생기는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잘 구현했느냐로 온 나라의 경제의 사활이 달려있는 것이다. 디테일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구조를 더욱 작게 만들다 보니 원하는 곳에 전기를 쏟아 넣는 것이 어려워 지는 것이다. (반도체의 트랜지스터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물리적으로 유효채널 길이의 축소 및 우회전류 Punch Through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기술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https://news.skhynix.co.kr/post/short-channel-effect 참고) 이는 마치 자잘한 일들을 더 많이 그리고 동시에 하려고 하다가 동선이 모호하게 꼬이는 것과 유사하다. (예시가 완전히 적절하진 않더라도 양해 바란다.) 이러한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는 저 깊은 기저(front end of line, FEOL)의 트랜지스터 뿐 아니라 상부(back end of line BEOL, 또는 Cell 영역)의 '선택소자 도입' 또는 '연산부와 저장부의 융합' 등의 진화를 도모하고 있다. (Selector only memory & Analog Computing in Memory 등을 포함한 참고 기사 https://research.skhynix.com/blog/detail?seq=177)
     
    원치 않는 부분에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은 작은 반도체 소자나 근신경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발생한다. 우리는 이것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신경을 써서 주의를 선택적으로 기울인다. 한 때 (라고 하지만 내 수필을 쭉 봐 온 이들은, 이것이 지난 학위 과정을 뜻하는 것을 알 것이다.) 나는 미치도록 신경이 쓰이는 일에서 자유로워 지기 위해, 명상의 원리와 효과에 지대한 관심을 들인 적이 있다. 운동, 요리 등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상황 안에 던져져 있어 물리적으로 벗어날 수 없을 때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명상에 대한 책들을 연달아 읽었다. 그 중 하나가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 https://ppss.kr/archives/86479 참고> 인데 (그 외에는 과학명상 (김완석), 마음챙김명상매뉴얼 (김정호), 존카밧진의 처음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존 카밧진의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 마음챙김(앨렌 렝어) 를 읽었다.) 여러 책들 중에 하필 이 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제목이 곧 (명상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책들은 '원치 않음'에도 '신경을 쓰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과도하게 '집착'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에 '넷플연가 (취미기반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 서비스, https://netflix-salon.com/ 참고)' 를 통해 '마인드트립'의 대표인 이현정님이 진행하는 '먹기 명상'에 참여한 적이 있다. 현정님의 수업을 통해, 호흡을 포함한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사소하게 여기고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들이 주의를 기울임에 따라 '경험'으로 실재화 되는 과정을 발견했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가 괴로움으로 여기는 감정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주의를 다른 곳에 돌릴 경우 그 실체를 잃는 다고 이야기 했다. 수업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진) 전경(前傾) 너머에 있는 후경(後傾) 으로 보낸다.' 고 언급했다.
     
    나는 인간의 인지 에너지를 관리하는 이러한 노하우들인 마음챙김 방식이 한낱 미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명상을 보고 관련 내용들을 조금 찾아 모아둔 글에 상세 내용이 있다. https://seowlite.tistory.com/33) 최근 회사를 통해 다시 Machine Learning의 토대가 될 수 있는 통계적인 접근 방식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여러가지 정규화 (Regularization, 일반화라고도 하며 특정 데이터를 설명하는 모델이 지나치게 지엽적인 설명력을 갖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식) 과정을 직접 다뤄볼 수 있었다. 각 정규화 방식의 공식을 세세히 뜯어보지 않았지만, 가장 간단한 형태인 Lasso의 특징을 언급하면 '다중선형회귀의 각 항에 곱해진 계수의 절대값의 합 역시 에러로 포함'하는 것이다. (참고: Lasso만 간단히 https://modern-manual.tistory.com/22, 정규화 전체 컨셉에 대해서 https://kimlog.me/machine-learning/2016-01-30-4-Regularization/) 구체적인 내용을 짚고 넘어가지 않더라도, 새로운 경험(데이터)에 열려있는(적용 가능한) 인지(모델)를 위해 이미 경험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게 (주어진 표본을 과도하게 설명하도록 큰 계수를 사용하지 않게) 체크 하는 행위 (비용함수를 사용) 가 데이터 사이언스 안에서의 정규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득근을 위한 근신경'도, '지금 이 글을 쓰는데 동원되고 있는 컴퓨터의 전류'도, '답장이 없는 누군가에게 쓰이는 당신의 주의력'도, 그리고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일'도 모두 신경과 관련이 된 일인 듯 하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과 집중'과 '지속가능한 보편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사람과 결혼해도 괜찮을까요? 유산소가 좋을까요 파워리프팅이 좋을까요? 설명하지 않고도 질문을 꾀어내는 글은 어떻게 쓰나요? 끊임 없이 질문은 꼬리를 잇는다. 이렇게 또 우리는 새 해를 토스받아 다음 세대를 밝혀간다. 줄줄이 이어진 신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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