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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수필)창작/관찰 (수필) 2022. 10. 17. 13:07
향 (수필) -221015 누구든 사춘기가 되면 한번 쯤은 향수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하게 하관에 가시가 돋을 즈음이면, 소년들은 팔굽혀펴기가 사막처럼 지루하고 더딘 작업이란걸 깨닫게 된다. 이 후 쌈짓돈을 야금야금 모아 올리브 영 같은 곳에 가면, 마치 처음 커피를 고르듯 떨리는 손으로, 할인율과 양이 넉넉한 향수를 집어들게 되는 것이다. 보통 남자들이 처음 입문(?) 했던 향수는 무난한 CK one이나 시원한 향의 존바바토스 아티산 등인 것 같은데, 이후 불가리나 페라리 같은 화려한 이름을 가진 녀석들이나, 딥디크 조말론 처럼 수줍은 친구들도 시도해보면서 각자의 취향과 사정에 맞는 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화려한 향수를 쓰는게 조금 쉽지 않았다. 혼자만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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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삼켜진 것들에 관하여) - 수필 221002창작/관찰 (수필) 2022. 10. 2. 13:47
식사를 하고 나서는 항상 졸음에 시달리는 편이다. 항상 소화가 꽤 느린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이것저것 많이 먹는 나를 보며 소식가들은 속이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어린왕자에 나오는 뱀이 코끼리를 삼키고 잠들어 있는 것 처럼, 부른 배를 유지한채로 멍청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중에 직장에서 가지는 점심식사라던지 목표가 있는 저녁 전의 석찬을 위해 적당한 난이도의 메뉴를 고르는 것은 항상 중요한 문제가 된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소화 속도가 느린것들을 (섬유질 또는 가공이 과하지 않은 살코기들)먹을 때면 뇌에서 피가 몽땅 달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몽롱해진다. 그렇다고 소화가 편안한 탄수화물을 위주로 먹으면 속은 편안한데 나른해서 견딜수가 없다. 폭식이 잦았던 20대에는 이렇게까지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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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들어가는 것) -수필창작/관찰 (수필) 2022. 9. 18. 23:45
입 (들어가는 것), 수필- 220918 윤종민 한 때 당질제한 식단을 맹신한 적이 있다. 연인을 떠나 보낸 것에 대한 원인을 눈에 보이는 것에서 부터 찾았던 탓에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열심히 찾아보았다. 빠르게 몸에서 분해되는 속도인 Glycemic Index (GI 지수) 가 낮은 것들을 위주로 먹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여분의 당은 최종당화산물이 되어 지속적으로 신체를 파괴한다는 내용이었다. (https://seowlite.tistory.com/m/26) 당을 제한하고 야채와 고기 위주의 식단을 선호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것들을 많이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무용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데는 약 2년정도가 걸렸다. 근래 칼로리 계산 어플인 YAZIO를 이용하여 무의식적으로 먹던 고기와 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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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날개뼈) - 수필창작/관찰 (수필) 2022. 9. 2. 01:05
어깨 (날개뼈) – 220901 그러니까 약 10개월 전쯤인, 작년 11월에 벤치프레스를 하다가 어깨를 꽤 심하게 다쳤다. 당시에 나는 회사에서 저녁시간 직후에 끝나는 세미나를 매주 듣고 있었다. 세미나를 듣기 전에 빠르게 운동을 마치기 위해 보통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데, 그날따라 정찬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일반식을 먹은 뒤 식사를 막 마친 채로 바로 운동을 하러 가서는, 평소처럼 1 round maximum 무게까지 치고 올라갔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사로 인해 배가 나온 채로 프레스를 하다 보니 흉추 신전을 충분히 할 수 없었고 바가 가슴에 닿을 때쯤 위팔뼈 및 날개뼈가 충분히 후인 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것이 어깨 부상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굉장히 오래 고생했다. 마사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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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카테고리 없음 2022. 8. 26. 22:05
220826 빈 자리에 앉아 적당히 먹고 싶은 것들을 주문했다 모두가 먹을만한 적당한 한 접시와 약간은 사치스러운 반 접시 그리고 가난한 마음을 채우는 작은 두 그릇 펄펄 끓는 물에 네 뼈를 고아대면 시린 추위가 우러 나올거라며 문을 거듭 박차도 두텁던 날들에 식당 바닥이 갈라진다 덜그럭 대며 먹는다는 행위만 남을 무렵이면 휘적이는 저 끝의 허공에 터덕터덕 걸리는 것들이 생긴다 사랑을 퍼다 너를 묻고 말들이 서로 맴돌아 얼룩이는 실오라기 혼자 식사를 할 때면 보살핌이 어색한 아이 같아 크레바스를 파고 들다 무저갱으로 날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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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수필)창작/관찰 (수필) 2022. 8. 20. 17:46
노화 (수필) – 220820 테크노에 취미를 갖게 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지만, 베이스와 킥이 단단한 딥하우스를 즐겨들은지는 꽤 되었다. 과한 신파가 묻어나지 않는 기계적인 반복음은 굉장히 인위적이면서도 그 규칙과 견고함이 자연을 닮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일을 하면서는 주로 멜로디가 절제된 딥하우스를 즐겨듣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런 장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10대부터 20대 초반 무렵에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조금 몽글거리는 형태의 브릿락 또는 인디 락이었는데 요새도 듣게 되면 그때로 돌아가는 듯한 감성적인 느낌을 받는다. 당시에 특히 뷰렛이라는 밴드를 좋아했었는데 홍대에서 열리던 거의 모든 공연을 쫓아다녔다. 지금도 어둑한 지하의 습기와 반가운 얼굴들 그리고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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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창작/관찰 (수필) 2022. 8. 7. 13:51
수요일 열시다. 나는 월요일 아침 9시 장이 열리길 기다리는 투자자보다도 오히려 지금이 더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이키 SB 시리즈 그것도 가장 전통적인 컬러인 흰-검 조합의 로우(low) 모델이다. 아주 오래전 나이키 럭키드로우에 당첨된 적은 단 한번 그것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모델이었다. 에어조던이긴 했지만 발목을 덮는 하이(high) 모델이었고 심지어 재질은 스웨이드였다. 사진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은 채로 맘에 드는 색깔만 보고 막무가내로 주문한 것이 패착이었다. 스웨이드는 관리하기 아주 까다로운 재질이다. 물과 함께 때가 묻으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데 이걸 모르고 샀던 맑은 하얀색의 신발은 지금은 비 오는 날의 얼룩에 젖어 버려진 러그처럼 형편이 없이 헤져버린 것이다. 물론 스웨이드를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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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3-스무살의 연못창작/소설 2022. 7. 29. 03:02
아침이었다. 반 정도 걸쳐있는 창문으로 절반정도의 햇볕이 들어온다. “어후 씨… 어떻게 들어온거지..” 연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핀다. 치킨집에서 싸 온 1L 짜리 페트병이 엎어져있다. 탄산이 날아간 맥주의 가장자리는 끈적한 잉크처럼 눌러 붙어있다. (맞다.. 치킨집에 갔었지…) 동아리 뒷풀이는 언제나 신촌의 유명한 명소 크리스터 치킨이었다. 일년 더 나이를 먹은 선배들은 학교생활과 음악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 '2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중간고사 기간이 오기 전이야 말로 달려야 할 때다.' 라는 것도 선배들의 생각이었다. “휴학은 무슨 휴학이야 이 새끼야~ 시간이 약이야 그냥 학교 다니다 보면 다 잊혀져. 또 여자친구도 생기면 기억도 안난다 너?” 가장 의지하고 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