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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 (친밀함 또는 권력에 대하여) -230219창작/관찰 (수필) 2023. 2. 20. 03:26
간격 (친밀함 또는 권력에 대하여) -230219 2020년 부터 시작 된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어느정도 끝이 났지만, 아직 마스크를 벗는 행위가 어색하다. 마스크를 벗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말 하는 사람들이 왕왕 보이는데, 누군가는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깎는 행위가 귀찮아서’라고 말 하고, 누군가는 ‘아이라이너만 그려도 돼서 아침잠을 충분히 잘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 한다. 나의 경우에는 빵빵해진 볼을 마스크로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학부 초과 학기 (학위 과정을 위한 T.O.를 얻기 위해서 지냈다.) 까지 포함하면, 7년이라는 시간을 학교에 갇혀서 보냈다. 학위과정 이전에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는 바쁜 시간 뿐 아니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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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230204창작/관찰 (수필) 2023. 2. 4. 17:50
연애를 글로 배웠다. 는 말도 이제는 옛날의 표현이 되어버린 듯 하다. 아이폰이 나오고 모두가 영상을 찍고 또 볼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연애를 글이 아닌 영상으로 배운다. 코로나 혹은 성별 갈등으로 인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간격이 멀어지면서 연애는 어느 정도 사치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할수도..?) 문제는 다양해지고 많아지는데, 소통은 더 줄어들었다. 거대하고 위협적인 호랑이나 로랜드 고릴라를 방탄 유리 넘어로 관찰하는 일은 멋진 흥분을 선사한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은 연애가 주는 문제를 피하고 싶어하면서도 안전한 스크린 너머의 애틋한 감정들을 열망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일일히 다 열거하기도 힘들정도로 많은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이 있다. 나는 '하트시그널'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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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230122창작/관찰 (수필) 2023. 1. 22. 15:56
최근 대학 동아리 후배가 결혼을 해서 오랜만에 동아리 친구들 및 후배들을 만나게 됐다. 축하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함께 식사를 하는 예측가능한 순서이지만, 반가운 마음만큼은 언제나 새 것 같다. 우르르 내려가 까페에서 차가운 커피를 시키는데 한 동생이 "오빠, 팔에 털이 왜이렇게 많아? 뭐 늑대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시계를 차고, 운동할 때 스트랩을 껴서 생기는 마찰 때문에 털이 자란거라고 우겼지만, 마음 한 켠엔 탈모에 대한 어느 정도의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아직은 큰 문제가 없고 숱이 줄어들었다는 감도 딱히 없다. 하지만,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서 체모가 늘고 머리카락이 줄어드는 게 같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은근히 걱정이 됐다. 서른 둘~셋 즈음부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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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20230108창작/관찰 (수필) 2023. 1. 8. 22:28
최근에 악력계를 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 정보' 라는 채널에서 근육 성장의 조건이 될 수 있는 근신경계의 피로도를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첨부 사진의 출처이기도 하다 https://youtu.be/eEszqGGT9wc)에서는 근신경계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있으면 순간적인 힘을 내는 속근이 동원될 수 없기 때문에 최대 부하를 낼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지근 위주의 자극이 와서 전체적인 사이즈를 키울 수가 없다고 했다. 이게 악력계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면 근신경계가 제대로 동작 할 때, 악력이 제대로 동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그 관계이다. 기타 부위는 큰 근육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악력은 비교적 일정한 힘을 내기 때문에, 중추신경에서 근육을 동원하기 위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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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2/2, (퇴원기) 221225창작/관찰 (수필) 2022. 12. 26. 00:00
https://seowlite.tistory.com/83 에 이어서.. 긴 하루를 보낸 뒤에도 며칠 간 고열은 계속 됐다. 다만 지속적으로 처음과 같이 39도에 육박하는 고열까지는 발생하지 않았고, 나는 내 힘으로 병원 지하 1층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제로 콜라와 김밥 정도는 사 올 수 있게 됐다. 혈관을 통해 항생제를 넣어서 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심호흡을 시도하면 빡빡한 느낌이 들어 마치 누군가가 나를 밟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아무것도 시도하고 있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해야하나? 하는 갈 곳 없는 원망도 조금 있었다. 옅은 대야에 담긴 물고기 처럼 최대한 초점 없는 눈으로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고자 노력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었고, 새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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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1/2, (입원기) -221208창작/관찰 (수필) 2022. 12. 8. 23:40
원인을 모르겠어요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병원을 총 4군데를 갔다. 내가 있는 작은 동네의 두 병원 부터, 강남 한 가운데에 있는 병원, 그리고 대학병원의 응급실까지. 가장 대단할 것 같던 강남의 내과는 유독 채혈을 못했다. 열과 오한과 통증 외에는 증상이 없으니 피를 뽑기로 했지만, 한시간 동안 간호사들은 돌아가며 양 팔을 제각각 서너번씩 쑤셨는데도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주사로 해열제를 맞아도 열은 38.3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보통은 고열에는 따라오는 증상이 있기 마련입니다. 호흡기가 감염이 됐거나 소화기가 감염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기침을 하건 설사를 하건 신체가 대응하면서 열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시간이 갈 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닙니다. 비록 간의 문제인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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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수필) 221127창작/관찰 (수필) 2022. 11. 28. 02:59
누구나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맞이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할 일이 많은 월요일이 다가오기 전 날 밤에 아침을 대비해 군장을 챙기듯 여분의 잠을 포획하려 하거나, 간혹 할 일이 없는 초저녁에 심드렁 하게 침상에 눕거나, 낮 내내 게으른 시간을 즐기다가 다급히 맞이하는 저녁이 있기도 하다. 잠이 나를 밀어붙이지 않고 되려 내가 잠을 쫓는 밤이면, 익숙하던 공간이나 나의 육체도 낯설게 느껴진다. 조용한 침실에서 몸에 힘을 뺀 채로 눈을 감고 있으면 딱 내 몸 만큼의 공간이 나에게 허락되어 그 안에 내가 담겨있는 혹은 갇혀있는듯 한 생각이 든다. 두려운 감정이 들어 불을 켜면 스스로가 물에 넣은 티백처럼 존재가 확장이 되는 기분이 든다. 정확히 내 시선이 닿는 곳 만큼의 영역을 나는 이해하고 있고 예측할 수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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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갇힌 말의 해방 (짧은 생각)창작/관찰 (수필) 2022. 11. 7. 01:47
세상엔 색맹인 사람이 있다. 신호등이 밝아졌다 혹은 어두워졌다 외에는 알기가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마창가지로 강아지들은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들의 세상에 붉은 색이란 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분명 붉은 색은 존재한다. 말을 할 줄 아는 강아지들의 세계에서, 우연히 붉은 색의 존재를 알게 된 강아지가 붉꽃의 색을 묘사한다고 가정해보자. 말이라는 것은 보통 이미 경험되고 증명된 것들을 지칭하는 명확한 정의와 지칭단어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런 경우 언급된 적 없는 것을 어떻게 언급해야할까? 깨달은 강아지는 파란색에서 초록색으로의 변화와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의 변화를 병치한 뒤, 그리고 노란색 다음의 단계가 또 존재함을 역설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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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에 관하여창작/관찰 (수필) 2022. 11. 1. 20:14
군대에 있을 때 나는 이발병이었다. 당시 만나던 연인을 만나기 위해서, 부대원들의 머리를 밀어주며 분기에 하루정도의 휴가를 모으고자 자원한, 추가적인 봉사활동이었다. 비록 그 휴가를 원하던 곳에 쓰지는 못 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작업이 좋았다. 이발소 건물은 건물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벽돌을 대충 쌓아 올려 만든 큐브에 비닐로 된 창문과 판자로 된 엉성한 문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머리카락이 몸에 달라붙는게 싫어서 병사들은 웃통을 벗은 채로 머리를 깎는데, 한겨울 어느날 밖에 내린 눈 처럼 하얀 커트포를 펼쳐 얹으면, 그들은 눈밭에 구르는 것 처럼 몸서리를 쳤다. 어스름한 형광등이 비추는 공간에서 머리를 깎다 보면, 휴가를 앞둔 설렘, 이별에 대한 아픔, 사회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