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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0 오후 9:56 한 낯 해가 뜨고 질 무렵 한 번씩 한 그릇을 지불하는 일 한 평방 십분지 일의 댓가는 생각보다 비싸다 찬 새벽을 가르고 한 뼘에 담아낸 노모의 사랑과 온기 그를 팔아 하루의 빚을 탕감받는 아들은 낯은 모두가 깨어난 한 낮에도 아직 볕을 기다린다.
161101 연기 한 숨이 보이는 계절 볕은 더욱 곁에 두고파 진다 김이 흩어져 보이지 않는 점 게서 부터 역류해 오는 연탄 보일러 더운 김 내 길 위 드럼통 구공탄 타는 내 그리고 눈 앞에 흐릿한 기억들의 일렁임 피어오르네 그 반대편으로 기탓 줄 뜯어 내 듯 걸음을 내 딛으면 내 그림자의 길이는 더 길어질런지 아니면 짧어질런지 그대, 볕에게 묻네
콜드 브류 160824 대양을 건너 온 열대의 좋은 콩 최고의 향을 남김 없이 짜 내도 얼음과 물 없는 그대로는 쓰고 뜨겁다 당장은 차고 느린 우리의 관계를 곁에 두고 기다려 달라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겠다
여기 있었다. 2016-08-07 오전 12:32 그 때 나는 눈이 멀었고 그나마 보이던 텅 빈 건물의 내벽과 외로움의 끝자락 조차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질식감에 가리워져 버렸다. 이윽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고, 눈을 감고 눈이 멀었다는 걸 알았다. 거기, 있을 거라던 혹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것들 모두 여기 있었다.
제비 2016-08-05 오후 6:21 진흙을 물어다 침에 개어 멀어버린 눈에 발라 두엇네 김가네 두엄더미에서 논두렁의 즌 자리에서 그리고 사분지 일평 남짓의 변소에서 고독을 한입 한입 물어다 발라두었네 머잖아 태어날 제비새끼들 멀어버린 눈 뜰 무렵이면 처마밑에 드는 볕에 눈 부실 거라는 그런 마음에 서성이며
몽똘 2016-07-22 오후 10:29 바득바득 갈리다 내 얼굴을 비춰뵐 즈음 누군가 주워갈테지 섬에 섬에 표류한다. 갯강구들 자벌레들 무의미하게 따귀를 들이치는 파도들 꼬추나 딸랑이며 밀물을 찰박인다 나갈지 혹은 누울지
2016-03-24 오후 2:08 청주 때 벗기고 곱게 차려 몽글몽글 말근 자기 위에 피어나지 못해 살갗에 버짐이 피도록 삭히고 또 삭혔지 저 밖의 하늘이 거듭 뒤바뀌어 찌꺼기들이 물 위로 떠오를 때 쯤 말근 추억, 수고 했노라 한 마디 건네는건 너 역시 외로이 시간을 보냈던 그 때문일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겠지
잉크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간 잠시 부는 바람 피할 곳 없어 내 안의 눈물 다 말라버렸네. 써 내리지 못한 마음 내 안에 굳었으니 어둠 속에 홀로 남아 함께 사각였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잠든다. 160221
장미 침침한 불 아래 누운 손 안엔 구슬이 구른다. 바다를 본 적이 있고 하늘을 본 적이 있지만 떠나 온 곳도 갈 곳도 본 적이 없어 손은 아득하다 한 고동 조차 감당키 어려운데 어떻게 그들을 달랠까 뱃고동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곳. 중언부언 말은 마음에서 멀어지는데 창호로 만든 우비에 그렇게 구멍들이 뚫린다. 믿는 구석이라고는 마치는 그 이름뿐이려니 입술은 발아래 파원을 그린다. 2016-04-01 오후 12:14
빨래 빨래처럼 허공에 널렸다 바람은 산에서 바다로 불었고 그 와중에도 볕은 따갑게 따귀를 내린다 솜니불도 며칠이면 다 마르건데 젖은 꼭두각시는 곰팡이 질날도 멀어보인다 150303